“목소리를 들어주세요”…조선학교 학생들의 200번째 외침

한겨레신문 도쿄 조기원 특파원
작성일
2020-12-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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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 조처 계기
2013년부터 7년째 매주 금요일 시위
지난해 조선학교 유치원도 무상화 배제
“얼마나 소리쳐야 충분할까요”



21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 문부과학성 앞에서 열린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 반대 시위인 ‘금요행동’ 200번째 시위에서 학생 중 1명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그는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21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 문부과학성 앞에서는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 반대 ‘금요행동’ 200번째 시위가 열렸다. 도라노몬 지하철역 출입구를 따라 조선학교 고교와 조선대학교(총련 계열 도쿄 소재 대학교) 학생 1000여명이 늘어섰다. 송혜숙 ‘유보(유치원과 보육원) 무상화를 요구하는 조선유치원 보호자 연락회’ 대표는 잠시 뒤 학생들을 바라보며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은 정말 귀중한 시간이다. 귀중한 시간에 여러분들이 이런 싸움에 나서고 있는 것이 부모로서 정말 슬프다.”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 반대 시위는 7년 전인 2013년부터 2주에 한번 꼴로 조선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금요일 문부성 앞에서 열리고 있다. 2013년은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행정규칙을 고쳐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 제외를 못 박은 해였다. 일본은 민주당 정권 때인 2010년 고교 무상화 정책을 시작했으나 ‘북한 문제’를 이유로 조선학교는 대상에서 보류했다.

시위는 7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 조처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 조선학교 졸업생 등은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 조처가 위법이라며 도쿄,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후쿠오카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1심이나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상태다. 특히, 도쿄와 오사카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가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조선학교가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영향력 하에 있으니 정부 지원금이 수업료에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일본 정부 판단에 재량의 일탈이 없다는 것이다. 조선학교는 문부성에 재정상황을 보고하고 있으며, 의심스러우면 조사를 해보면 되지 않냐고 반박한다. 이뿐이 아니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유아교육 무상화 정책을 시작했으나, 조선학교를 포함한 국제학교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아교육 무상화 재원은 재일동포들과 외국인도 모두 내는 소비세율 인상분에서 나왔는데도 말이다.

송 대표는 조선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과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다.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뺐으니 유치원도 그럴 수 있다고 이전부터 걱정했다”며 “일본 정부는 유아교육 무상화 대상 확대 목소리가 나오니까 지자체에 (확대 대상) 결정을 떠넘기려고 한다. 비겁하다”고 말했다.

21살 대학생인 재일동포 김희주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위에 동참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민족 교육을 부정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에 참여한 미즈오카 슌이치 입헌민주당 의원은 “조선학교 고교 및 유아교육 무상화 배제라는 차별은 일본인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즈오카 의원뿐 아니라 수십명의 일본 시민들이 금요행동에 참여했다. 자신을 조선학교 고급학교(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고교 교육 무상화 배제) 당사자가 됐다. 시위에 나서면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이렇게 소리치는데 행인들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간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노래를 반복해 불렀다. “얼마나 소리쳐야 충분할까. 빼앗겨 온 목소리가 있다. 들리는가. 듣고 있는가…”(<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



시위대 속 학생 1명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 그 앞을 행인들이 지나갔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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